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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2023

불편한 편의점 - 김호연

by Arlin 2023. 7. 9.
 
불편한 편의점(벚꽃 에디션)
2013년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망원동 브라더스』로 데뷔한 후 일상적 현실을 위트 있게 그린 경쾌한 작품과 인간의 내밀한 욕망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스릴러 장르를 오가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쌓아올린 작가 김호연. 그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이 출간되었다. 『불편한 편의점』은 청파동 골목 모퉁이에 자리 잡은 작은 편의점을 무대로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삶의 속내와 희로애락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망원동 브라더스』에서 망원동이라는 공간의 체험적 지리지를 잘 활용해 유쾌한 재미와 공감을 이끌어냈듯 이번에는 서울의 오래된 동네 청파동에 대한 공감각을 생생하게 포착해 또 하나의 흥미진진한 ‘동네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서울역에서 노숙인 생활을 하던 독고라는 남자가 어느 날 70대 여성의 지갑을 주워준 인연으로 그녀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덩치가 곰 같은 이 사내는 알코올성 치매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굼떠 과연 손님을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게 하는데 웬걸, 의외로 그는 일을 꽤 잘해낼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묘하게 사로잡으면서 편의점의 밤을 지키는 든든한 일꾼이 되어간다.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와 그들 간의 상호작용을 점입가경으로 형상화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작가의 작품답게 이 소설에서도 독특한 개성과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해 서로 티격태격하며 별난 관계를 형성해간다.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다 정년퇴임하여 매사에 교사 본능이 발동하는 편의점 사장 염 여사를 필두로 20대 취준생 알바 시현, 50대 생계형 알바 오 여사, 매일 밤 야외 테이블에서 참참참(참깨라면, 참치김밥, 참이슬) 세트로 혼술을 하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회사원 경만,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청파동에 글을 쓰러 들어온 30대 희곡작가 인경, 호시탐탐 편의점을 팔아치울 기회를 엿보는 염 여사의 아들 민식, 민식의 의뢰를 받아 독고의 뒤를 캐는 사설탐정 곽이 그들이다. 제각기 녹록지 않은 인생의 무게와 현실적 문제를 안고 있는 이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독고를 관찰하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해와 대립, 충돌과 반전, 이해와 공감은 자주 폭소를 자아내고 어느 순간 울컥 눈시울이 붉어지게 한다. 그렇게 골목길의 작은 편의점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다가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웃음을 나누는 특별한 공간이 된다.
저자
김호연
출판
나무옆의자
출판일
2021.04.20

 

 

이 책을 고른 이유는 표지가 눈에 들어와서다.

그렇지만 표지만 예쁜 게 아니라 내용도 예뻤다.

 


 

 

p.108

"그거예요."
"뭐가요?"
"들어주면 풀려요."
선숙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자기 앞에 선 사내의 말을 경청했다.
"아들 말도 들어줘요. 그러면...... 풀릴 거예요. 조금이라도."

p.140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p.157

분명한 건 아저씨가 저한테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거예요. 글쓰기를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힘이 났거든요.

p.190

한동안 민식은 잠든 엄마의 모습을, 검은 머리보다 흰머리가 더 많은 조그마한 여인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엄마를 들어 안방으로 향했다. 엄마의 몸은 가벼웠고 아들의 마음은 무거웠다.

p.214

지난 2년간 가족과 분리되어 혼자 살게 되자 스스로의 뒷모습을 거울 없이도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혼자 살아보니 곽은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돈만 벌어다 줄 줄 알았지 요리라곤 라면밖에 못 끓였고 세탁기도 돌릴 줄 몰랐다. 자식들과 대화하는 것도 너무나 어색하고 힘이 들었다.

p.227

나는 그가 죽어가는 것을 느끼면서도 등을 기대 누운 채 내 몸의 온기를 나눠줄 뿐이었다. 전날 그의 유언 같은 한 마디만을 되뇌며,
독고. 노인은 자신을 독고라고 밝히며 기억해 달라고 했다. 젠장. 그는 독고가 이름인지 성인지 덧붙일 기력이 없었고 나 역시 물어볼 의욕이 없었다. 다음 날 아침, 독고는 죽었고 나는 그를 기억하기 위해 독고가 되었다.

p.252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p.265

"죽어야 될 놈을...... 살려...... 주셨어요. 부끄럽지만...... 살아보겠습니다."

p.266

강은 빠지는 곳이 아니라 건너가는 곳임을.
다리는 건너는 곳이지 뛰어내리는 곳이 아님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살기로 했다.
...
삶이란 어떻게든 의미를 지니고 계속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겨우 살아가야겠다.

 


 

실제로 존재하고 알고 있는 장소가 나와서 몰입을 쉽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실제로 ALWAYS 편의점이 존재할 것만 같았다.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뒤로 갈수록 '독고'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흥미진진해졌다.

그래서 '불편한 편의점 2'도 빨리 읽고 싶게 만든다.